그림자가 드리운 손끝에는 반달이 빛났다

공주문화예술촌 레지던시 입주예술가 최수빈 릴레이 개인전

이영석 기자
2025-06-26 10:51:05




그림자가 드리운 손끝에는 반달이 빛났다



[충청25시] 공주문화관광재단이 운영하는 공주문화예술촌은 ‘2025 공주문화예술촌 레지던시 9기 입주예술가 릴레이전’의 시작을 알리는 첫번째 전시로 최수빈 입주예술가의 ‘그림자가 드리운 손끝에는 반달이 빛났다’ 전을 오는 7월 1일부터 13일까지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고통과 회복, 기억과 소멸 사이의 감각을 섬세한 손끝의 움직임으로 담아낸 목탄 드로잉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림자가 드리운 손끝에는 반달이 빛났다’라는 제목처럼, 어둠 속에서도 스치듯 떠오르는 감정의 흔적과, 그 감각을 붙잡으려는 몸의 반응을 섬세한 목탄 드로잉으로 풀어낸다.

최수빈 입주예술가는 경기대학교 도예학과를 졸업하고 평택 안정리 예술인광장 스튜디오 ‘오픈큐브’ 4기 입주작가 등의 경력이 있으며 개인전과 다수의 단체전을 바탕으로 2025년 공주문화예술촌 9기 입주작가로서 활동하고 있다.

“내 손에 검은 밤이 깊게 물들면 네모난 피부 조각들에 부피가 생긴다.

팽창한 덩어리 속 이어진 혈관들에 피가 돌면, 난 되려 무언가 빼앗긴 듯 가슴 언저리가 차갑게 식는다.

욱신거리는 손끝을 타고 무언가 하나둘 종이에 툭 툭 내려앉는다.

그럼 난 그 묵직한 것들과 자꾸만 겨루기를 한다.

때론 싸움에서 이긴 듯, 잊힌 듯, 없던 듯 기억은 모래처럼 무너져 종이 위로 흩어진다.

또다시 내 손에 검은 그림자가 드리우면 흐르는 물에 모든 걸 씻겨 내린다.

검은 손끝에 반달처럼 하얀 손톱이 빛나고 있었다.

고통이 드리운 밤에도 빛나는 무언가는 자꾸 날 찾아온다.

달이, 태양이 번갈아 내 이마 위를 비추고 흘러간다.

그러면 내 손에도 그것들이 스치운다.

운다.

그렇게 모든 것이 스치우는 날.”이라며 작가노트를 통해 어둠 속에서 감각과 기억이 어떻게 이미지로 스며드는지를 풀어낸다.

콘노유키 평론가는 “최수빈의 목탄화는 나의 내면을 수집하고 분석한 이전 작업의 연장선상에 있다.

그의 회화는 경직된 캔버스 공간을 부드럽게 함과 동시에 섬세한 움직임을 화면에 실타래처럼 포착한다.

전체와 부분, 내부와 외부를 넘나드는 작업 속에서 뼈는 신경이 되고 흐름은 덩어리를 이루는 부피가 된다”고 평했다.

공주문화예술촌 레지던시는 입주예술가들의 창작 역량을 강화를 통해 창작 활동의 지속성과 지역 예술 생태계와의 연계를 모색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2025년 공주문화예술촌 릴레이전은 최수빈 입주예술가 전시를 시작으로 입주예술가 8인의 개인전이 순차적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전시는 공주시 봉황로 134에 위치한 공주문화예술촌 1층 전시실에서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 공주문화관광재단 유튜브를 통해 작가 인터뷰를 함께 제공한다.